2010년 5월 12일 수요일

[책이야기] 존 에드가 후버의 전기

예전에 고려원이라는 출판사가 있었다. 한 때는 꽤 많은 베스트셀러를 내기도 했는데 지금은 부도가 나 사라졌다. 그래서 고려원의 책들은 일반 서점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고, 지하철 역 같은 곳에 있는 할인 전문 서점(주로 부도가 난 출판사의 책을 취급하는) 같은 곳엘 가야 구할 수 있다. 절판된 책이나 시중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책들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이런 서점엘 가는데, 몇 년 전 동대문 운동장 역에 있는 서점에서 "조작된 신화, 존 에드가 후버"라는 책을 샀다.

후버에 대해서는 이미 "[X-Files] Why FBI?"에서 장황하게 써 놓아서 더 할 말이 없다. FBI의 창립자이자, 수사기관으로서의 FBI를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들었으며, 동시에 남의 약점을 바탕으로 무려 8명의 대통령이 자리를 바꾸는 동안에도 권력을 휘두른 인간. 동성애를 국가를 좀 먹는 병이라고 범죄로 취급하면서도 그 자신이 동성애자였던 희한한 사람. 아마 튜링이 미국 사람이었다면, 그의 고국에서보다 더 큰 고초를 치렀을 것이다. (튜링에 대해서는 "[책이야기] 크립토노미콘"을 참고하세요)


이 전기의 저자는 앤터니 서머스, 출판사는 고려원, 출판연도는 1995년, 원제 "Official and Confidential : The Secret Life of John Edgar Hoover". 그런데 번역자의 말이 재밌다. 좀 길지만 그 중 일부분을 인용해 보겠다.

"(...) 이 책을 번역하며 (...) 후버와 비슷한 길을 가던 본인으로서는 후버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 또한 지울 수 없었다. 후버라고 왜 평범하고 인간적인 삶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이 없었겠는가.
때때로 권력자들은 체제의 수호를 담보로 국민들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 암암리에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영달을 위해 사용된다면 이는 명백한 권력 남용이다. (...) 나는 일찍이 역사 앞에서 발가벗겨질 수 밖에 없는 권력과 권력자의 비애를 숱하게 보아왔다.
(...) 내가 권력과 안보 논리를 등에 업고 해 온 일에 대해 나는 나름의 정당성을 갖고 있었지만, 내가 한 일에 대한 회한과 반성이 없을 수 없었으며, 이 평가 또한 내 몫이 아니라 역사의 몫이다. 다만, 한 가지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권력은 붕괴하며,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붕괴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번역자는 정 / 형 / 근 !! 정형근 아자씨, 웃겼어요. 해내셨어요. 원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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