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1일 화요일

[X-Files] About Scully #2

스컬리는 빨강머리에 아담 사이즈의 여성이다. 뭐, 우리가 보기엔 그닥 미인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극중에선 어쨌든 예쁘다고 나온다. 그네들 미적 감성에는 그런가 보지. 동양계 여성들 중에 걔네들이 예쁘다고 하는 여자들도 우리 기준에선 전혀 아니올시다인 경우가 많잖아. "미녀 삼총사"와 "킬 빌"에 나오는 루시 리우도 아무리 잘 봐줘도 예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눈은 작고 눈꼬리가 짝 째진 얼굴이 도대체 어디가 예쁜 구석이 있다는 건지, 원. 취향 한 번 특이하구만.

영화 "미녀 삼총사"의 루시 리우.
루시야, 예쁜 척 좀 고만해...

그렇게 오목조목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스컬리도 나름대로 매력은 있다. 그녀는 뭐랄까, 조디 포스터 스타일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7번째 시즌 18번째 에피소드 "헐리우드에 간 엑스파일 (원제 : Hollywood AD)"에서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스컬리를 보고서는 대뜸 조디 포스터 스타일이라고 휴대용 녹음기에 녹음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

조디 포스터는 내가 한참 사춘기였던 시절에 청소년들의 마음을 후끈 달궜던 소피 마르소, 피비 케이츠, 브룩 쉴즈 등 미소녀의 일원이었다. 어찌 보면 그 중에 미모가 제일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배우로서는 가장 성공한 케이스다. 1988년작 "피고인"과 1991년작 "양들의 침묵"으로 두 차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제작이나 연출 쪽으로도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한다).

스컬리 역의 질리안 앤더슨과 조디 포스터는 어딘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조디 포스터도 "양들의 침묵"에서 FBI (수습) 요원, 그것도 행동과학과(FBI 행동과학과에 대해서는 멀더 이야기 1편을 참고하세요~)에 발탁된 요원으로 나오니 더더욱 스컬리와 비교가 된다. 차갑고 이지적인 여성. 함부로 수작 걸기 어렵고 그녀들의 근처에 갈 땐 아예 아스피린을 먼저 복용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조디 포스터 쪽이 이런 느낌이 더 강하고 어딘지 삶의 희로애락을 다 맛 본 것 같은 이미지이다. 더 나이가 많아설까? 조디 포스터는 62년생, 질리안 앤더슨은 68년생. 질리안 앤더슨이 조금은 더 부드럽고 여성적이다.

빨강머리에 천주교 신자인 것으로 보아 스컬리는 아일랜드 계인 것 같다. 하지만 스컬리 역을 맡은 질리안 앤더슨(Gillian Leigh Anderson)은 데이빗 듀코브니에 비해서 엑스파일을 제외하곤 배우로서 그렇게 눈에 띄는 작품이 없어서인지 인터넷에서 확인할 길은 없다. 아일랜드계 이민의 후손들이 경찰에 많이 지원했다니, 유능한 FBI 요원으로서의 이미지로는 잘 맞는 셈이다.


롱다리 멀더와 숏다리 스컬리, 유태계 멀더와 아일랜드계 스컬리, 열정적인 멀더와 이지적인 스컬리, 대조적인 성격의 두 사람이 죽이 맞는 파트너로 나온다는 설정으로는 그만이다. 외형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어느 모로 봐도 그렇다.

스컬리는 음모이론이니 초자연적 현상이니 외계인 같은 건 전혀 믿지 않는다. 멀더가 카운터 컬처적이라면 스컬리는 공식적인 견해와 상식, 통념, 링컨이나 케네디가 설파했던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믿는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세고 정의로운 사회라고까지 믿지는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이런 성격은 그녀가 명확한 실증을 추구하는 자연과학도라는 것 외에도, 해군 장교였던 아버지와 독실한 천주교 냄새를 풍기는 가족 분위기와 관계가 깊은 것 같다.

멀더와 스컬리는 외형/내면만 대조적인 게 아니라 가족들까지 대조적이다.

멀더네 가족은 콩가루다. 전문용어루다가 베지밀 패밀리라고도 하지. 여동생은 납치됐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실종됐고 그 후 부모는 이혼했다. 그 일과 관련해 어머니는 아버지를 평생 용서하지 않는다. 자식인 멀더는 음모집단의 일원이었던 아버지의 과거를 파헤치고 젊은 날 어머니의 외도를 의심한다. 어머니를 추궁하다가 싸대기까지 맞는다. 하긴 부모는 자식새끼 이름을 "여우"라고 짓고도 태평한 인간들이다. 멀더한테는 이런 부모를 말려줄 할아버지, 할머니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삼촌, 이모, 고모도 없었던 걸까.

그에 비하면 스컬리네는 화목하고 건강한 가족 관계의 전형이다. 가족의 가치를 부르짓는 미국 보수층의 모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월튼네 사람들"이라든지, "초원의 집" 같은 가족 드라마가 그릴 법한 그런 가족이다. 아버지는 해군 장교 출신으로 엄격하면서도 자상하다. 어머니는 항상 자식들을 사랑으로 돌본다. 오빠도 현역 해군 장교. 온 식구가 성당에 열심히 다니고 다 늙은 딸내미가 성당에 잘 나가지 않는다고 걱정한다. 크리스마스니 추수감사절 같은 명절도 꼬박꼬박 챙긴다.

이러니 스컬리가 의사 노릇을 때려치고 FBI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얼마나 실망했을까. 그걸로도 모자라 멀더 같은 인간을 만나서 허구헌날 이상한 시체들이나 주물럭거리고 사귀는 남자도 없이 망가져가니 가족들이 월매나 열 받았을까. 이 모든 화근의 근원인 멀더가 죽이고 싶었을거다. 실제로 스컬리의 오빠는 멀더를 무지 미워한다.

그런데, 이런 가족 드라마의 모델 같은 스컬리네 집안에도 삐딱선을 타는 인간이 스컬리 이전에 있었으니 스컬리의 언니 멜리사이다. 멀더와 몹시 죽이 잘 맞을 것 같은 이 여자는, 禪이니 氣니 道니 영적 에너지니 하는 신비주의에 심취한다. 집을 나가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적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 어딜가도 이렇게 부모와 가족들의 속을 박박 긁어놓는 이단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게 사람 사는 모습인가 보다. 물론 우리 집처럼 자식들이 단체로 지랄하면 그건 문제가 좀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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