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FBI를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만든 존 에드거 후버가 FBI 요원의 모범으로 삼은 것이 바로 단정한 옷차림의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아일랜드 계였다고 한다. 스컬리는 후버가 원하던 FBI 요원의 기준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여자라는 점만 빼면. 후버는 여자를, 캐리어우먼을, 페미니즘을 혐오했다고 한다.
멀더 역을 맡은 데이빗 듀코브니가 유태계라는 건 앞에서 이미 말했는데, 유태계의 이미지가 산업 금융 분야나 학자, 사상가라는 점에서 볼 때, 멀더와 스컬리는 미국의 전형적인 미국의 인종주의적 선입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한다면 해석의 과잉일까?
실제로 전체 엑스파일 시리즈를 통틀어 봐도 유색인종이나 라틴계 백인이 주요 인물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별 에피소드에는 간혹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별로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아주 예외적으로 6번째 시즌 20번째 에피소드 "인간이 된 외계인(원제 The Unnatural)"에 천재적인 흑인 야구 선수가 나오긴 한다. 멀더는 50년 전 신문에서 외계인 암살자의 사진을 발견하고 당시 로스웰 경찰관으로 일했던 사람을 찾아가 흑인 야구 선수와 KKK단, 외계인 암살자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데, 알고보니 그 흑인 야구선수마저도 사실은 외계인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의 하나이다. 야구와 유머가 너무 좋아 인간이 되길 바랬던, 그래서 동족의 품위를 저버렸다고 외계인 암살자에게 처형을 당하고, 결국 붉은 피를 흘리며 인간으로 죽어가는 외계인 야구선수가 나오는 따뜻한 내용이다. 이 에피소드에 나오는 흑인 소울풍의 "Come and Go with Me to that Land" 라는 노래도 참 좋은데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다. 누가 이 음악이나 이 가수의 mp3 파일 가지고 있으면 연락주세요.
에피소드 "인간이 된 외계인"
이 넘의 정체는 겉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변신 외계인
악당이든 좋은 놈이든 시리즈에 지속적으로 자주 출연하는 인물들 중에 유색인종은 나바호 부족 인디언인 앨버트와 그림자 집단에서 내부 정보를 유출하는 X, 멀더를 잡어먹지 못해 안달하는 커쉬 국장 정도 뿐이다. X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를 할테고, 앨버트는 2번째 시즌의 마지막인 25번째 에피소드 "사막의 증언(원제 Anasazi)"부터 시작하여 3번째 시즌 초반과 나중에도 가끔 출연한다. 뭔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인자하고 지혜로운 나바호 부족 할배 앨버트는 멀더의 목숨을 구해주고 극비 문서를 해독해준다.
에피소드 "사막의 증언"
신비로운 나바호족 할배 앨버트
인디언 할배가 암호를? 앨버트는 이차대전 중 미국 육군의 암호병이었던 것. 요즘이야 무선 통신을 암호화하니 도청이 쉽지 않지만, 이차대전 때만 해도 그런 기술은 없었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와중에 무전기로 어느 세월에 암호 시스템을 운영하느냐고. 해서 미국이 들고 나온 것이 나바호 부족을 무전병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일본인들이 무전을 도청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차대전 때의 정보전 이야기는 "[책이야기] 크립토노미콘 편"을 참고하세요.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한 "윈드 토커"라는 영화에서 바로 이 나바호 족 암호병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의 케서방은 나바호 족 암호병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만약에 적군의 포로가 될 것 같으면 처형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영화 "윈드 토커"의 포스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엑스파일은 권력과 국가의 추악한 음모를 쫓는다는 점에서 얼핏 진보적인 드라마처럼 보인다. 시즌 7의 18번째 에피소드 "헐리우드로 간 엑스파일(원제 Hollywood A.D.)"에는 60년대 히피 문화의 지도자였다는 인물이 나오는데 멀더는 그 사람이 어릴 적 자기 우상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멀더는, 말하자면 자유주의자다. 미국에서 자유주의자라는 말은 좌파와 종종 동의어로 쓰인다고 한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면면을 보면 엑스파일은 지독한 인종주의적인 드라마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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