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1일 화요일

[X-Files] About Scully #4

스컬리는 외롭다.

스컬리의 가족 관계에서 이미 짐작이 가는 거지만, 스컬리는 아마 범생이었을 거다. 아무 것도 모르고 교과서만 파는 쑥맥은 아니었다 해도. 엑스파일과 멀더를 만나기 전만 해도 곁눈질하지 않고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살아왔다. 쓸데없이 권위적인 가부장제가 아니라, 보수주의의 이상인 온건한 가족주의 밑에서 성장한 것이다.

스컬리의 어릴 적 별명은 Starbuck, "모비 딕"에 나오는 항해사의 이름이다. 아버지는 스컬리를 Starbuck이라고 부르고 스컬리는 해군 장교인 아버지를 Ahab(모비 딕에 나오는 선장)이라고 부른다. 정다운 부녀 분위기가 팍팍 풍기지 않는가. 스컬리는 이렇게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랐다.

이런 범생이들이라고 가족주의에 염증을 느끼지 않을까. 아무리 가족의 품이 따뜻해도 사람은 성장하면서 가족은 굴레가 된다. 스컬리는 권위와 힘이 있는 남자를 동경하면서도 또 그 관계를 벗어나고파 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대개 그녀보다 나이가 많고 성공한 아빠나 오빠 같은 남자들이었다. 의대 시절에는 교수와 연애에 빠졌고(7번째 시즌 17번째 에피소드 "과거의 그림자", 원제 "All Things"), FBI에서도 나이 많은 요원과 사귄 적이 있다(첫번째 시즌 14번째 에피소드 "두 영혼을 가진 사나이", 원제 "Lazarus"-성경에 나오는 나자로)고 극중에 나온다.

에피소드 "과거의 그림자".
스컬리는 죽음을 앞둔 스승이자 옛 연인을 만난다. 하필 이런 늙은이와...

멀더는 스컬리가 이전에 사랑했던 남자들과는 다르지만, 어쨌거나 그 방면에서는 능력이 탁월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다. 스컬리가 멀더에 대한 감정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건 힘과 권위에 빠져드는 자연스런 감정과, 스컬리의 성장 배경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멀더의 스타일 때문이다. "헐리우드에 간 엑스파일"에서 영화 속 스컬리가 스키너 부국장을 사랑한다고 말해 멀더를 열받게 하지만(멀더 이야기 5편을 참고하세요), 사실 그간의 스컬리의 연애담으로 봐선 스키너 부국장이 더 취향에 맞기는 하다.

날씨가 화창한 주말이나 명절 때만 되면 스컬리는 왜 내가 이렇게 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지하실에서 요상한 사건 파일이나 뒤지고 시체나 쑤석거리며 인생을 보내고 있나 한탄하곤 한다. 범생이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으면서 좀만 시간이 지나면 일탈을 벌이는 그녀의 고질병이 고개를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다. 자, 이제 저지르는 일만 남았다.

시리즈 중에 스컬리는 몇 번 이 일탈을 실행에 옮긴다. 근데 그 대상들이 좀 그렇다. 6번째 시즌 18번째 에피소드 "불타는 심장 (원제 : Milagro)"과 4번째 시즌 13번째 에피소드 "붉은 문신 (원제 : Never Again)" 등등 적극적이고 정열적으로 대쉬하는 남자들과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항상 좋지 못했다. 목숨을 잃을 뻔하다가 멀더에게 구출되곤 하는 것이다.

에피소드 "불타는 심장".
스컬리의 공식, 사고치면 죽을 뻔 한다.

스컬리는 외롭다. 잘 생기고 지적이고 헌신적이긴 하지만 무드라곤 통 모르는 곰팡이 같은 멀더 말고 나를 뜨겁게 달궈줄 그런 남자 어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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