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1일 화요일

[X-Files] About Scully #3

언제나 냉철하고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스컬리지만 그녀가 이성의 빤쓰끈을 놓아버리는 지점이 있다. 바로 종교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성장한 그녀는 항상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다닌다. 과학을 공부하고 FBI에서 기괴한 일들을 겪으면서 종교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성당에도 잘 다니지 않게 되었지만, 마음 속 깊은 한 구석에는 어릴 적 성당 주일학교에서 배웠던 말씀들을 진지하게 믿고 있다. 종교와 멀어져가는 자기의 모습에 죄의식을 느낀다.

그러다가 종교적인 사건, 기독교적인 기적 같은 사건을 만나면 막무가내로 믿고 본다. 웃기는 건 모든 일에 신비주의와 음모론을 갖다 붙이던 멀더가 이럴 때는 또 몹시 냉소적으로 변한다는 거다. 관계의 역전! 스컬리는 멀더의 이런 행동의 표변과 불신을 질타하고(사실 얄미울거다), 멀더는 스컬리더러 제발 합리적으로 생각하라고 타이른다.

종교-기독교에 관한 한 멀더는 회의주의자다. 기적 같은 건 성직자들의 사기일 뿐이다. 성직자들은 우매한 신도들의 믿음을 이용해 거짓말을 늘어놓고, 부를 갈취하고, 자기들은 현세의 부와 권위를 누리는 치사한 무리들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권력의 음모를 뒤쫓고 종교를 증오하는 걸로 보아 멀더는 혁명가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유대인 아닌가. 맑스, 트로츠키, 로자 룩셈부르크, 기독교와 자본주의의 입장에서 볼 때 벌겋게 달궈진 지옥의 프라이팬에서 영원토록 튀겨져야 할 쟁쟁한 좌익 혁명가들이 모두 유태계였다.

맑스는 친가든 외가든 모두 유태계였고 계몽주의에 심취했던 아버지대에 와서야 기독교로 개종을 했으며, 맑스 본인은 유대교든 기독교든 종교에 대해선 평생 적대적이었다. 트로츠키의 본명은 레프 다비도비치 브론슈타인이다. 몹시 독일적인 이름부터가 독일계 유태인의 후손이라는 걸 보여준다. 로자는 볼셰비키의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격렬히 반대하고 독일 사회주의자들의 개량주의 역시 혐오했다. 결국 독일 사회당에서 탈당하여 스파르타쿠스단을 만들고 1차대전 종전 이후 무장봉기를 일으켰다가 맞아죽었을 만큼 극렬 좌익이었다.

근대 서양의 천재중 하나였던 Karl Marx

"동물농장"에 나오는 이상주의자 스노우볼의 모델인 Trotsky.
러시아 혁명가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었으나 스탈린과의 권력 투쟁에서 패해 추방당했고, 결국 멕시코에서 소련이 보낸 자객의 도끼에 맞아 숨졌다.

"붉은 로자", Rosa Luxemburg.
독일사민당의 개량주의도, 레닌의 프롤레타리아 독재에도 반대한 이상주의자.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역사가 바꼈을지는 의문이지만, 로자가 조금만 더 미인이었다면, 체 게바라를 제치고 좌익상업주의의 아이콘이 되었을 것이다.

혹시 멀더의 조상은, 데이빗 듀코브니가 러시아계 유태인의 후손이라고 앞서도 말했는데, 미국을 적화하려는 코민테른의 지령을 받고 미국에 잠입한 동면 공작원였던 게 아닐까? 사회주의의 신념이 유전자를 통해 전해지고 일부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탄생한 것이 또라이 멀더의 출생의 비밀? 아아, 놀라웁도다, 나의 놀라운 통찰력이...

근데 여기서 고백해야 할 게 있는데, 극중에서는 어디에도 멀더가 유태계라든지 스컬리가 아일랜드계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그들의 외형적인 모습이나 성격,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실제 인종 이야기를 가지고 마구 비벼낸 비빔밥 같은 이야기...

그리고 스컬리에 관한 이야긴데 왜 멀더나 좌익 혁명의 대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걸까.

추신:
동면 공작원이란 스파이업계에서 적국에 스파이를 투입시키고는 장기간 동안 임무를 배정하지 않고 평범한 시민으로 섞여 살도록 하는 것이다. 그 기간은 10년이 넘을 때도 있다고 한다.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시민으로 살다가 기회가 주어지면 조용히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No Way Out".
구 소련이 미국으로 파견한 "유리"라는 동면공작원의 이야기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