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1일 화요일

[X-Files] About Mulder #1

엑파 시리즈의 주인공은 FBI 특수 요원 폭스 멀더와 데이나 스컬리이지만, 모든 이야기는 멀더에게서 비롯된다.

자식 새끼 이름을 폭스라고 짓다니, 도대체 그 부모는 정신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한국식으로 하자면 박늑대, 김여우, 이너구리, 이런 식이 아닌가. 그 아이는 십중팔구 학교에서 놀림감이 될터이고 대인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할 것이다. 평생 부모를 원망하며 살 것이다. 극중에서 멀더는 다른 사람이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나 같아도 그러겠다. 멀더라는 성으로만 불리길 바란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건 가족 뿐. 멀더와 스컬리는 몇 년을 파트너로 일하면서도 절대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법이 없다. 오로지 멀더, 오로지 스컬리다.

멀더 역을 맡은 배우는 데이빗 듀코브니(David Duchovny). 배우의 이름도, 이번에는 패밀리 네임이지만, 심상치가 않다. 데이빗 듀코브니가 멀더 역을 맡은 건 혹시 운명?

멀더는 옥스포드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FBI 아카데미를 수석 졸업한 수재이다. 처음에는 행동과학과에서 일했으며, 여기서 범인의 Profile을 읽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드라마 중간 중간에 나온다). 행동과학과란 연쇄살인 같은, 일반 경찰이 해결하기 어려운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부서이다. 범행 방식이나 피살자들 간의 연계 고리를 통해 범인의 윤곽을 그려내는데, 이것을 Profile이라고 부른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아카데미의 수련생이던 조디 포스터를 발탁한 곳이 바로 행동과학과이다. "양들의 침묵"의 원작자인 토머스 해리스의 다른 작품, "레드 드래건"도 행동과학과의 수사관을 모델로 하고 있다.)

이렇게 유능하고 잘 생긴 촉망 받는 요원이었던 멀더는, FBI에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구 미제 사건을 모아놓은 X-File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진해서 X-File을 떠맡는다. 볕도 들지 않는 지하실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UFO니 심령술이니 악마숭배니 신비주의니 음모 이론을 뒤쫓는 자. 그리고 그걸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니는 자. 사람들은 멀더를 "Spooky Mulder"(도깨비 멀더 쯤으로 해석하면 되려나?)라고 비웃는다. 고위층으로부터는 경원 대상이 되고 출세길은 완전히 막혀 버린다. 드디어 왕따. (이게 다 부모가 자식 이름을 함부로 지은 탓이 아닐까?)

멀더가 이런 초자연적 현상을 쫓는 것은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어려서 실종된 여동생 사만다가 사실은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고 믿는 것이다. 최면 치료를 통해 멀더는 동생이 납치될 당시의 기억을 되살린다(혹은 최면 속에서 그런 기억을 만들어낸다?).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사방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사만다가 허공에 둥둥 뜬 채 문밖으로 끌려나간 것이다.

멀더는 초자연적 현상 외에도 납치나 유괴, 실종 사건에 집착한다. 사만다가 실종되던 날, 멀더는 동생에게 심술궂고 못되게 굴었다. 멀더로서는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추신:
사실, 납치 유괴 사건은 멀더 이전에도 실제로 FBI와 연관이 깊다. 유괴 사건은 FBI가 직접 개입하는 연방 범죄에 해당한다. 최초로 대서양 단독 무착륙 횡단 비행에 성공했던 찰스 린드버그의 2살된 아들이 1932년 3월 자기 집에서 유괴, 살해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이는 1930년대 가장 유명한 범죄가 되었으며, 브루노 리처드 하우프트만이 유괴살해범으로 유죄선고를 받고 처형된 1936년 4월까지 신문의 주요 기사거리였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참조)

추신에 대한 추신:
Charles A(ugustus) Lindbergh는 "Spirit of Saint Louis"라는 이름의 비행기를 타고 1927년 5월 20~21일 뉴욕에서 파리까지 최초로 대서양 횡단 단독 무착륙 비행에 성공했다. 미국 항공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영웅의 하나로, 그의 비행은 1957년 Billy Wilder 감독, James Stewart 주연의 "The Spirit of St. Louis"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어렸을 적 KBS 명화극장에서 흑백필름의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린드버그의 아버지는 국회의원이었고, 영웅이 된 후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의 딸과 결혼했다. 그의 아내는 아내 겸 부조종사 겸 항법사의 역할을 했다.

좋은 집안 출신에, 좋은 집안 출신의 여자와 결혼하고, 그녀는 또 같은 일을 하는 파트너, 대중의 영웅...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인 듯 하지만 아들이 살해된 후 고통과 매스컴의 호기심에 시달려야 했다. 명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유럽으로 이주했다가, 독일의 항공 시설을 방문하고 훈장까지 받은 그는 친 나치주의자가 되어, 나치 독일에 대항한 미국의 참전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루스벨트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를 비난했다. (역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참조. 사진 출처도 브리태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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