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1일 화요일

[X-Files] About Mulder #2

자연적인 현상에 심취하는 것도 그렇지만, 멀더는 전형적인 음모이론가이다. 세상만사를 모조리 보이지 않는 권력 집단이나 정부의 음모로 해석하는 것을 음모이론이라고 부른다. (음모이론 : 영어로는 Conspiracy Theory. 멜 깁슨과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했던 영화 "컨스피러시"의 영어 원제가 바로 "Conspiracy Theory"이다.)

영화 "컨스피러시"

엑파는 사실, 외계인 침략이나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드라마라기보다는 음모이론에 대한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음모이론은 영화나 스릴러 소설의 소재로는 무척 흥미로운 것이지만, 그리고 술자리 구라 안주로 매우 훌륭한 것이지만, 실제로 이런 음모이론으로 진지하게 거품을 무는 사람을 만나면 해줄 말은 단 하나, "또라이"다.

그렇다, 멀더의 별명 "Spooky Mulder"는 도깨비 멀더가 아니라 또라이 멀더로 해석하는 것이 더 그럴 듯하다. 이런 자가 FBI 특수요원이라니, 그러고도 모가지가 달아나지 않다니, 신기할 노릇이다. 드라마니까 가능한...

멀더는 외계인이 이미 오래 전부터 지구에 와서 지구 정복 계획을 추진 중이며, 권력자들 중에 그들에 협력하는 부역자들이 있다고 믿는다. 정보 기관 출신의 의문의 나이든 남자들, "그림자 집단"이라고 부르자, 그림자 집단이 진실을 쫓는 자신을 방해하고 있으며 FBI 고위층에도 그들의 마수가 뻗쳐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림자 집단의 대표적인 인물이 "담배 피우는 남자"이고, 그림자 집단 안에서도 멀더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제보자가 있다.

그림자 집단은 끊임없이 국민을 기만하고 온갖 더러운 짓을 저지른다. 그들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미국은 사실상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경찰 국가이다. 엑스파일을 뒤쫓는 과정에서, 멀더는 자기 아버지마저도 초창기 그림자 집단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심지어 미국 정부는 천연두 등의 예방 접종이라는 이름 하에 1940년대 이후 모든 미국인의 DNA나 신체 조직 샘플을 채취하여 보관하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유엔도 이런 음모에 깊숙히 개입되어 있으며,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러시아 등 중요한 나라들마다 그림자 집단이 조직되어 있고, 이들은 때로 협력하고 때로는 서로 경쟁한다. 이들 그림자 집단들 사이의 암투 속에서, 냉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멀더는 이들의 기만과 음모를 세상에 폭로하고 까발기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굳게, 정말 굳게 믿는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과는 다른, 진실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멀더는 진실이라는 성배를 찾아 세계를 유랑하는 고독한 중세의 기사이다. 그리하여 그의 모토는 "The truth is out there", "진실은 저 너머 어딘가에 있다"이다(그리고 "Truth is out there"라는 이 문구는 한때 내 핸드폰 바탕 화면 메시지였다. "The"는 메시지 길이 제한으로 잘렸다. The야 미안해T.T. 지금 핸드폰은 그마저도 쓸 수 없어서 "Trust no one"~~).

음모 이면에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귀중한 청춘을 낭비한 멀더에게, 진실의 추구는 믿음이면서, 자신의 인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증할 담보물이다. 이것이 없다면 그의 청춘과 삶과 열정은 전부 무의미한 돈키호테의 모험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러므로 그는 음모이론과 외계인의 존재를 믿어야 하고, 또 믿고 싶어한다. 멀더의 사무실 벽에 붙어 있는 UFO 포스터에는 이렇게 씌여 있다. I want to beli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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